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가 선생님 말을 잘 안 들어요”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부모는 당황하고, 아이의 사회성이나 예절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2~3세 유아기에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동’은 반항이나 버릇없음이라기보다, 발달 단계 또는 기질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사 말을 잘 따르지 않는 아이의 심리를 발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연계 방법들을 안내합니다.
말 안 듣는 행동, 발달 지연 아닌 ‘인지 처리’ 차이일 수 있어요
교사 말을 따르지 않는 아이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단순히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지시를 ‘인지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린 경우입니다.
- 주의가 쉽게 산만해지는 아이: 한 활동에 집중이 어려워 중간에 딴짓하거나 지시를 놓침
- 듣고 생각한 뒤 행동하는 시간이 긴 아이: 지시를 듣고는 있지만 행동이 느려서 ‘안 따른다’고 오해
- 언어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 긴 문장이나 복합적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함
-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둔한 아이: 환경 소음이나 자극에 반응하느라 지시를 흘려듣기 쉬움
이런 행동은 발달적으로 자연스러운 편차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인지적 처리 능력, 감각 조절력, 언어 이해력 등이 완전히 균형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훈육보다는 원인을 분석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특징은 간혹 주의력결핍장애(ADHD)와 혼동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ADHD는 지속성과 전반적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로, 일시적 산만함이나 반응 지연과는 구별됩니다.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지시에 저항하는 아이는 ‘관계 속 안전감’을 확인하고 있어요
어떤 아이는 지시를 듣고도 “싫어”, “안 할래”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지시를 따르기 싫어서라기보다는, 주체성과 안정감에 대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 강압적인 말투나 낯선 지시에 대한 거부 반응
- 친숙한 교사에겐 따르지만, 새로운 교사에겐 반항
- 또래와의 상호작용 중 교사 지시를 무시하며 감정 표현
- 스스로 하려는 욕구가 높은 기질의 아이
이러한 행동은 자율성과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주체 형성 과정’입니다. 자립심이 강하거나 예민한 기질의 아이일수록 ‘지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때 단순히 “시키는 대로 해”라고 반복하기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선택권을 존중하는 소통이 효과적입니다.
가정과 연계해 볼 수 있는 훈련과 환경 조정
아이의 지시 수용 능력은 가정에서의 소통 방식과 일관성에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아래와 같은 실천이 유아의 ‘지시 수용 능력’을 돕는 데 효과적입니다.
-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말하기: “이제 정리하자”보다는 “장난감 바구니에 넣자”처럼 구체적인 표현 사용
- 아이의 시선을 맞추고 말한 뒤 반응 기다리기
- 반응이 느린 아이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반복 제공
- ‘지시 수용’에 대한 긍정 피드백 강화
- 집에서도 역할놀이로 교사-아이 상황을 재현
- 감각 민감 아이라면 교실 자극을 줄이거나, 긴장 완화 루틴 적용
또한 교사와 부모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같은 언어, 같은 방식으로 지시를 전달하는 ‘반복된 경험’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가정과 기관의 메시지가 일관될수록 아이는 덜 혼란스럽고, 점차 자율적인 행동으로 전환됩니다.
결론: '지시 수용'은 훈련 이전에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예의 없음이나 문제 행동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주의력의 흐름’, ‘관계에 대한 반응’, ‘언어 처리 능력’ 등 여러 발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환경, 언어, 소통 방식을 조율해 나간다면 아이는 점차 교사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따르는’ 경험을 안전하게 쌓아갈 수 있습니다.
지시는 ‘명령’이 아니라, 아이에게 주어지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건 아이를 향한 믿음과 기다림입니다. 유아기의 ‘말 안 듣는’ 행동은 언젠가 사회성과 자율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성장의 징검다리입니다.